1.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왜 지금 다시 주목받나?
(1) 경부고속도로와 도시 분할 문제
1968년 개통된 경부고속도로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간선도로로, 수도권과 충청·경상 지역을 연결해 산업·물류·교통의 대동맥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서울에서부터 시작해 도심 인근을 지나는 고속도로가 이제는 도심을 양분하고 소음·공해 문제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특히 서울 강남권 및 그 주변 지역(양재IC 인근 등)은 교통정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막대하며, 고속도로가 도시 한복판을 가로지름으로써 도시 미관과 생활환경이 크게 침해된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이에 일부 구간을 지하화해 소음 공해를 줄이고, 지상 공간을 녹지화·문화공간 등으로 활용하면 도시 재생 및 교통 효율화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꾸준히 논의되어 왔지요.
(2) 경제성 평가 착수와 세갈래 길
최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에 대한 구체적인 경제성 평가(타당성 조사)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단순히 한두 구간만 지하화하는 게 아니라, 일부 구간을 2~3개 노선으로 분리하거나, 세갈래 길을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의 안이 논의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고속도로 지하화’ 개념에 더해, 물류 흐름을 더 효율적으로 분산하고, 지역 간 연결 도로(지상부)와 함께 개발기획을 추진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2.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의 주요 내용과 범위
(1) 지하화 구간 후보: 양재~한남, 혹은 더 확장?
현재 언론 보도 및 공식 발표 등을 종합해 보면, 서울시가 구체적으로 검토 중인 지하화 구간은 양재IC 인근에서부터 한남IC(혹은 그 너머까지)를 잇는 구간을 꼽고 있습니다. 이 구간은 강남·서초 등 핵심 업무·주거 지역을 통과하며, 출퇴근 시간대 극심한 정체가 발생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만약 지하화가 실현된다면, 이 지역의 교통난 완화뿐 아니라 상부 공간의 도시 재생으로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확충 및 녹지축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 확정안이 나온 것은 아니며, 경제성 평가 결과와 각종 기술적 난제에 따라 지하화 구간이 조정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양재~한남뿐 아니라, 더 남쪽이나 북쪽으로 연장해 경부고속도로가 서울시 경계부터 도심 쪽으로 이어지는 전 구간을 지하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공사 비용과 도심 구간 지반 안정성, 주변 인프라 연계 등의 문제로 신중하게 접근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2) 세갈래 길: 고속차로, 일반차로, 지역 연결도로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은 **“경부고속도로를 단순히 지하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 개의 갈래(노선)를 두겠다”**는 아이디어입니다. 이는 한꺼번에 많은 차량이 몰리는 구간에서 고속도로 본선과 지역 연결 도로를 엄격히 분리해, 불필요한 교통 혼잡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입니다.
- 지하 고속차로: 수도권과 지방을 오가는 장거리 차량이 지상 교차로 없이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전용 차로
- 지상 일반차로: 기존 경부고속도로와 비슷한 형태로, 인근 IC를 통해 진출입하는 중·단거리 차량을 위한 차로
- 지역 연결도로: 주변 지역(예: 서초·강남·송파 등) 간 차량 흐름을 개선하거나, 동네 간 교통 흐름을 원활히 하는 보조 도로
이 세갈래 노선을 적절히 구상해, 장거리 통과 교통과 지역 내 교통을 분리 관리하면 교통 체증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큽니다. 또 지상부를 공원화·녹지화·보행공간으로 조성해 도시 경관과 주민 편의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습니다.
3. 경제성 평가의 핵심 쟁점
(1) 천문학적 사업비와 재원 마련
대규모 도로를 지하화하는 공사에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됩니다. 지하 터널 굴착 비용, 환기·안전 시설, 건설 기간 장기화에 따른 임시 도로 확보, 주변 지반 보강 등 다양한 항목이 포함되지요. 추정 사업비가 수조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도 있는데, 서울시나 국토부 단독으로 부담하기에는 벅차므로, **민간 투자(민자 사업)**나 도시개발 사업 연계 등 여러 대안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한편, 상부(지상) 공간을 신도시처럼 개발해 분양이나 임대 수익으로 사업비 일부를 회수하자는 구상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남권 일대는 이미 고밀 개발이 진행 중이므로, 추가적인 고층건물 허용 여부나 주거지와의 조화 문제 등을 두고 지역 주민·지자체와의 이견이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2) 공사 중 교통 대책
지하화 공사가 시작되면, 공사 기간 동안 지상부 교통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서울 강남권은 이미 일상적으로 상습 정체가 벌어지는 지역이어서, 도로 일부 차선만 막혀도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 실정입니다. 여기에 장기간(최소 5년 이상 예상되는) 공사가 진행된다면, 이에 따른 교통 우회 대책, 대중교통 확충 방안 등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3) 환경영향 및 주변 지역 상권 변화
고속도로 지하화는 소음과 진동을 줄이고, 도심을 친환경 녹지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굴착 공사로 인한 지하수 유출, 건설 폐기물 처리, 공사 소음 등 부정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또한 지상부가 공원화되면, 인근 상권의 접근성·가치가 높아지는 반면, 일부 상권은 기존 차량 통행량 감소로 타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경제성 평가에서는 이처럼 사회·환경·경제적 비용과 편익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교통체증 완화, 토지 가치 상승, 대기오염 및 소음 저감 효과 등 긍정적 편익과 더불어, 막대한 건설비 및 유지관리비, 공사에 따른 교통혼란 비용 등의 요소가 반영될 것입니다.
4. 기대효과: 도시재생, 교통 효율, 지역 가치 상승
(1) 강남권 도시재생과 국제적 도시경쟁력
만약 경부고속도로 지하화가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서울 강남권의 도시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기존 고속도로 상부를 녹지·문화시설·공원 등으로 전환하여, 시민들이 쾌적하게 여가를 즐기고 도심을 체감할 수 있게 만들면,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나 보스턴의 빅딕(Big Dig) 프로젝트처럼 세계적인 도시재생 사례로 손꼽힐 수 있습니다.
(2) 교통 체증 완화와 물류 효율성
수도권과 영남권을 잇는 대표 간선인 경부고속도로가 지하화로 재정비되면, 장거리 물류 트럭 등이 지상 교차점 없이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어 물류 효율성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출퇴근 시간대 서초·강남 주변 정체가 줄어들면, 강남권 전반의 교통 흐름도 원활해질 것입니다. 물론 이는 세갈래 길 구상 등이 제대로 실행되어, 고속차로와 지역차로가 분리되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3) 부동산 가치 상승
고속도로로 인해 경관이 훼손되고 소음 문제가 있던 지역이 공원이나 문화공간으로 변하면, 해당 인근 주거지·상업지의 가치도 크게 오를 수 있습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다른 도시재생·재개발 프로젝트와 연계해, 입지 프리미엄이 더욱 강화될 수 있지요. 다만 이런 부동산 가치 상승이 곧 투기 과열과 연결될 수도 있으므로, 정책적으로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5. 해외 사례: 도시 고속도로 지하화 프로젝트
(1) 미국 보스턴의 ‘Big Dig’
대표적인 지하화 사례로 꼽히는 것이 보스턴 빅딕(The Big Dig) 프로젝트입니다. 도심을 관통하던 고가·지상 도로를 지하화하고, 상부를 공원·문화공간으로 꾸려 도시 미관과 주민 환경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공사 기간이 훨씬 길어지고, 비용 초과가 발생한 전례도 있어, 서울의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프로젝트가 이러한 함정을 피하려면 신중하고 정교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2) 스페인 마드리드 리오(Madrid Río)
마드리드 역시 도심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지하화하고, 그 상부를 대규모 하천공원(Manzanares River Park)으로 조성해 성공을 거뒀습니다. 도시의 생태 축을 복원하고, 관광객 유입에도 도움을 주어 경제적 편익이 증가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초기에는 건설비 과다 투입과 교통 혼란으로 반대도 컸으나, 완공 후 긍정적 반응이 우세합니다.
6. 향후 전망과 과제
(1) 사업성 검증과 단계적 추진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규모와 예산 면에서 초대형 프로젝트입니다. 일시에 전 구간을 한꺼번에 추진하기보다는, 우선 경제성과 기술적 타당성이 높은 구간부터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진행할 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라, 구간별 착공 시기와 방식이 결정될 전망입니다.
(2) 민관 협력 및 지역 의견 수렴
이런 대형 인프라 사업은 중앙정부, 지자체, 민간 투자자, 지역 주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히게 마련입니다. 공청회, 설명회, 의견 수렴 절차를 통해, 지역 주민의 불안과 반대를 최소화하고, 공사 기간 동안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동시에 재원 마련을 위해 민간자본 투자(MRG 보장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합니다.
(3) 장기적 도시 발전 비전
지하화로 생긴 상부 공간을 단순히 공원이나 도로로만 사용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도시 발전 비전과 맞물려야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입니다. 예컨대 서초·강남권의 교통 문제 해소뿐 아니라, 도시재생, 주거·일자리 창출, 관광 콘텐츠 개발 등을 연계하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7. 맺음말: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새로운 도시 지평 여나
경부고속도로가 지상으로 관통함으로써 야기된 문제들은 여러 해 동안 시민들의 불편과 도시 발목을 잡아온 요소였지만, 한편으로는 지하화라는 대담한 해법이 도시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미 여러 지역에서 지하·고가철로를 철거하거나 지하화해 도시 미관과 환경을 개선한 경험이 있으며, 국제 무대에서도 성공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건설 기간 동안 발생할 교통 혼란, 엄청난 예산 부담, 재원 조달 방안, 환경영향평가 등 넘어야 할 산이 상당합니다. 그러나 통일된 비전과 장기적 정책 의지가 뒷받침된다면,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은 서울을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사람 중심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제성 평가가 착수된 지금 시점에서, 시민·전문가·정치권이 각자의 시각을 조율해 최적의 계획을 도출해낼 필요가 있습니다. 과감한 구상과 면밀한 재원 계획, 그리고 주민들의 참여를 통한 투명한 절차가 결합될 때,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미래 도시 서울”의 핵심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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