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과장의 사회 분석

MZ세대가 사랑하는 ‘정체성과 정통성’의 새로운 트렌드

강과장님 2025. 4.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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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정체성’과 ‘정통성’을 중시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전 세대가 새로운 자극에 열광하고, 반짝이는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끊임없이 색다른 경험을 갈구했다면, 이제는 다소 오래되고 전통적인 가치일지라도 ‘진정성 있는 무언가’를 향한 열망이 도드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급변하는 시대 흐름 속에서 오히려 오래된 것에서 발견되는 안정감, 역사성이 주는 신뢰감, 그리고 스토리가 담긴 브랜드가 주는 ‘소속감’을 통해 자기만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경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가 바로 대전의 명물 제과점 “성심당”이다. 성심당은 1956년에 문을 연 오래된 빵집으로,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해온 상징적인 브랜드다. 이곳은 시대적 변화와 경쟁이 치열해지는 외식·프랜차이즈 시장 속에서도 자신만의 전통을 지키며 변함없는 맛과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특히 ‘튀김소보로’, ‘부추빵’ 등의 대표 메뉴는 성심당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단순히 빵을 파는 곳이 아닌, 대전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는 장소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MZ세대는 이렇듯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변화하는 현대인의 취향을 함께 고려한 브랜드에 깊은 애정을 보이고 있다.

 

 

‘런던베이글’ 또한 MZ세대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손꼽힌다. 한때는 젊은 층이 ‘힙’함을 찾아 해외에서 유행하는 신제품과 신기술에 열광하는 모습이 주류였다면, 현재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이나 “오래된 것 같으면서도 세련된” 분위기가 오히려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런던베이글은 빈티지한 인테리어와 클래식한 로고 디자인, 그리고 베이글이라는 익숙하면서도 독특한 메뉴 구성을 통해 새로운 감성을 원하는 MZ세대의 취향을 정확히 겨냥했다. 과거에는 ‘로컬브랜드’라는 말이 해외 브랜드보다 낮게 인식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거꾸로 오래된 매력이 깃든 로컬 브랜드를 찾아다니는 소비가 늘어나는 흐름이다.

 

 

이렇듯 MZ세대가 옛것을 새롭게 조명하는 ‘뉴트로(뉴+레트로)’ 트렌드에 주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흔들리지 않는 기준점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커졌다는 점이다. 정보와 기술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MZ세대는 오히려 ‘오래되어도 변함없이 유지되는 가치’, ‘전통과 역사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 스토리’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둘째, 단순히 물건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스토리’ 자체를 소유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SNS를 통해 일상과 감정을 공유하며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개성 있는 브랜드의 역사를 몸소 체험하고 ‘찍어서 남길 수 있는 장소’,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원하는 흐름이 강해졌다.

 

셋째, 가치 소비와 친환경 트렌드,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공감대 형성 등 윤리적·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싸고 편리한 제품” 혹은 “유행하는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지만, 이제 MZ세대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 역사, 전통, 공정성이 얼마만큼 진정성 있게 구현되었는지에 주목한다. 성심당과 같은 오래된 빵집이 꾸준히 지역사회를 위해 기부를 하거나,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의 환경·사회 문제를 고려하여 새로운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줄 때, MZ세대는 그런 브랜드에 대해 더 강한 애착을 느끼게 된다.

또한 이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전략적 마케팅 방식인 ‘히스토리 마케팅(History Marketing)’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오래된 브랜드가 지닌 시간의 흔적과 역사적 배경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그것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확립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진짜 이야기’를 전하는 방법이다. 성심당, 런던베이글 등이 인테리어와 패키징, 메뉴 구성, 스토리텔링 등을 통해 자신들의 역사를 강조하고, 또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사례는 바로 히스토리 마케팅의 성공적인 예시라 할 수 있다. 소비자는 그들이 사는 빵이나 음료 한 잔에도 살아 있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음을 발견하고, 결과적으로 그 브랜드와 깊이 교감하게 된다.

 

MZ세대의 이러한 취향 변화는 단순히 외식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사와 전통’을 가지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잃지 않는 브랜드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가령 전통 의복이나 전통 문양을 현대적인 디자인과 결합한 제품이 SNS에서 큰 관심을 받거나, 지역 고유의 문화유산과 협업을 통해 새롭고 독특한 굿즈를 선보이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MZ세대가 과거를 무조건적으로 추억하거나 향수에 젖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가치와 현대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지점을 탐색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 같은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할까? 먼저 브랜드나 기업은 ‘진짜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름만 ‘레트로’일 뿐 실제로는 얕은 마케팅 전략으로 그칠 경우, SNS를 통해 정보에 빠르게 접근하고 공유하는 MZ세대에게 곧바로 외면받을 수 있다. 따라서 브랜드가 가진 역사, 철학, 고유한 기술력, 사회적 가치 등을 면밀히 탐구하고 진정성 있는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펼쳐나가야 한다. 둘째, 소비자와의 ‘소통 채널’을 잘 마련해야 한다. MZ세대는 단순 광고보다는 진정성 있는 소셜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와의 협업, 체험형 이벤트 등에 열광한다. 세심하게 공들인 브랜드 메시지와 함께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소비자는 그 브랜드를 자신의 정체성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MZ세대의 소비 행태가 앞으로도 꾸준히 ‘정체성과 정통성’을 요구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세상은 계속 변하고, 새로운 트렌드가 탄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오래됐지만 변함없이 신뢰할 수 있는 것”과 “전통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시적인 유행보다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중요한 신호다. 결국 MZ세대가 찾는 것은 단지 ‘예쁘고 맛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시간의 축적과 정체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종합적인 경험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범람하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옛것’을 재발견하고, 그 속에서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스토리를 찾아가는 MZ세대의 모습은 더 이상 이례적이지 않다.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변함없이 간직된 가치가 주는 묵직한 매력을 통해, 스스로의 취향과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이들의 움직임은 앞으로도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대전 성심당과 런던베이글에 이어, 비슷한 결을 지닌 다양한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는 현실은 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결국 핵심은 ‘진정성’이다. 유행을 따라 인기를 얻는 것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정체성과 정통성을 토대로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브랜드는 시간을 뛰어넘어 오랫동안 세대를 이어가며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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