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도 허덕이는데 집값까지 떨어지면 어쩌라고”…개인 빚 절반 쏠린 부동산 시장
최근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투자에 몰린 대출 비중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시장이 ‘개인 빚의 절반’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문제는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집값까지 하락할 조짐이 보이니,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사람들은 이중·삼중의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금리 한계점에 다다른 상태에서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 가계와 금융시장 모두 위험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한다.
1. “개인 빚 절반이 부동산으로 쏠린다”… 왜 위험한가
(1) 부동산에 치우친 대출 구조
최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 담보대출(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로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저금리 기조에서 집값 상승을 기대한 사람들이 부채를 늘린 결과다.
- 저금리 시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 ‘빚투(빚 내서 투자)’ 흐름
- 현재: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며,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는 국면
(2) 금리 인상 + 집값 하락 = 이중고
그간 무리하게 대출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은 월 수백만 원 수준의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거기에 최근 집값 하락세가 더해지니, “부동산 가치가 떨어져도 대출 원금은 그대로 남아, 이자 부담만 늘어난다”는 ‘역(逆)자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 부동산은 현금화가 쉽지 않고, 가격이 떨어지면 매도해도 원금 회수가 어려움
- 더욱이 대출 규제(DTI, DSR 등)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경색 등이 맞물려, 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도 존재
2. “이자도 못 내는데 집값 떨어지면 어쩌라고”… 현장의 한숨
(1) 영끌족 A씨의 사례
직장인 A씨는 2021년 말, 집값 상승률이 높을 때 5억 원대 아파트를 전세 끼고 매수했다. 대출 이자와 세금, 관리비 등을 고려하더라도 집값이 계속 오를 거라 믿었다.
하지만 금리가 2배 이상 뛰면서 월 이자만 120만 원에 달한다. 집값은 약 10% 가까이 하락해, 현재 시세가 4억 5천만 원 내외로 떨어졌다. A씨는 “이자가 높아 제때 갚기 힘들고, 집값이 올라야 팔든지 할 텐데 하락세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2) 임대사업자 B씨의 고민
‘빌라 왕’ 수준은 아니지만, 소형 빌라 3채를 가진 임대사업자 B씨도 공실률 증가와 이자 부담을 동시에 겪으며 매달 적자를 보는 중이다. 빌라 전세 수요가 줄어들면서 월세 전환이 쉽지 않고, 이자율은 7%대에 육박해 마이너스 수익 구조로 전락했다. B씨는 “집값이 하락해 매도해도 손실이 커, 속만 타들어간다”고 말했다.
3. 개인 빚 절반이 부동산… 왜 이렇게 됐나
(1) 저금리·집값 상승 ‘환상’의 결말
과거 저금리 시대에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자, 많은 개인이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패닉바잉’을 하며 집을 샀다.
- “집값은 계속 오른다”는 사회적 분위기
- “전세금도 올라가니 차라리 매수하자”는 심리
- 정부 정책(금리 안정, 규제 완화)의 영향
그러나 현재 금리 인상과 세계 경기 둔화가 맞물려, 그간의 빚투가 한계점에 달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 대출 규제·PF 경색도 한몫
정부가 뒤늦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강화하고, 금리가 오르면서, 신규 대출이 어려워졌다. 또 건설사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분양 일정을 늦추거나 미분양이 증가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든 셈이다.
- 이는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 금리 부담으로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음
4. 부동산 시장,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
(1) 정책 변화 가능성: 기준금리 인하 vs. 금융안정
금리 인상이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된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일부에서는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만약 금리를 인하한다면 이자 부담이 줄어 주택 수요가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쉽게 금리를 내리거나, 대출 규제를 풀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해, 당분간 부동산 시장이 크게 반등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가진다.
(2) “집값 추가 하락 가능성” 대 “바닥론”
- 추가 하락론: 아직 집값이 충분히 조정되지 않았고, 금리가 유지되는 한 매수 심리가 살아나기 힘들다는 견해. 특히 과도한 빚을 진 이들이 매물로 내놓으면서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 바닥론: 이미 빠질 만큼 빠졌고, 수요자들이 “이자 부담이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심리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시각. 다만 금융위기 수준 불황이 오지 않는 한, 급락은 피할 것이란 전망.
5. 전문가 조언: “부동산 시장, ‘현금흐름’에 주목하자”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금리 부담이 높은 시기에는 현금흐름과 레버리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무리한 추가 매수 지양
- 공실·이자에 대응할 여유 자금이 없다면, 일시적 하락기나 공실 리스크를 버틸 수 없다.
- 기존 대출 구조 조정
- 금리가 더 오를 수 있으니, 가능하다면 원금 일부를 상환하거나, 고금리 대출을 낮은 금리로 갈아타는 방안 모색
- 매물 선택 시 ‘안정성’ 우선
- 역세권·입지 좋은 물건이라 해도 과도한 가격이면 피하고, 임차인 수요나 임대료 수준을 꼼꼼히 따져서 실질 수익률을 계산해야 한다.
6. 결론: “집값도 내려가면 어쩌라는 거냐”… 시장 혼돈 지속
“이자도 감당하기 힘든데, 집값까지 떨어지면 어쩌라고”라는 하소연이 늘어나는 것은, 현재 부동산 시장이 안팎으로 불안한 상황임을 방증한다. 개인 빚의 절반이 부동산에 쏠려 있다는 점은,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집값 하락이 동시에 오면 폭발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가 가계부채 안정 대책과 부동산 시장 연착륙 전략을 내놓고는 있지만,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고 글로벌 경기까지 불투명해, 시장이 단번에 반등하기엔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 중론이다. 투자자·실수요자 모두 리스크 관리에 신경 써야 하며, 집값이 어느 정도 조정되더라도 급매 잡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