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 혁신인가, 통제인가? 부작용의 공포를 마주하다
1. CBDC란 무엇인가?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각 국가의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화폐를 의미한다. 종이 화폐나 동전처럼 중앙은행이
가치를 보증하지만, 오프라인이 아닌 디지털로 존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암호화폐(가상자산)와 달리 ‘법정통화(Legal Tender)’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일반 화폐와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은 현금 사용이 줄어드는 추세와
디지털 결제 시장의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CBDC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중국, 스웨덴, 바하마 등 일부 국가에서는 시범 사업이나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한국도 기술적·제도적 실험에 착수했다.
2. 한국에서 CBDC를 도입하려는 배경
- 현금 사용 감소
비대면 결제와 모바일 뱅킹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우리나라
국민의 현금 사용 비중이 점차 줄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에 맞춰 통화정책과
화폐 유통 구조를 재편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 디지털 전환 가속화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정부·기업 모두 디지털 혁신(Digital Transformation)에
주력하고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미래 금융
시스템’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 암호화폐·전자화폐 시장 확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과 다양한 간편송금·전자지갑 서비스가
등장함에 따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BDC는 중앙은행이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도 주도권과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 글로벌 트렌드와 경쟁
여러 나라가 CBDC 연구·개발에 뛰어들면서, 한국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기술 검증과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국제 결제 시스템이 변화할
경우,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도 이에 대응해야 한다.
3. CBDC의 위험 요소(단점)
CBDC가 아무리 ‘혁신’으로 포장되더라도, 실제 운영 시에는 다양한 부작용과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
- 프라이버시 침해
디지털 화폐가 모든 거래를 기록·추적할 수 있으므로, 개인의 구매 행태와
자금 흐름이 중앙은행 혹은 정부의 통제 범위에 들어가게 된다. 이는
음성 거래를 막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시민들의 사생활이
대거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 - 정부 통제 강화
중앙은행 혹은 정부가 필요에 따라 특정 개인·단체의 계정을 동결하거나
사용처를 제한할 수 있다면, 극단적으로는 정치적 탄압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사회·정치적 목소리를 억압하고, 국민을 감시·관리하려는 시도에 CBDC가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 사이버 보안 위협
디지털 화폐 시스템이 해킹, 디도스(DDoS), 랜섬웨어 공격 등에 취약할 경우,
국가의 금융 시스템 전체가 마비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 있다.
아무리 보안을 강화해도 100% 안전을 장담하긴 어렵다. - 은행산업 구조 변동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운영하는 디지털 화폐가 확대되면, 시중은행의 예금
및 송금 업무 상당 부분이 잠식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은행들은
수익 악화를 겪을 수 있고, 금융시장의 판도가 뒤흔들릴 수 있다. - 디지털 소외계층 문제
고령층, 저소득층,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지역 등에서는 CBDC 활용이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 사회 전체가 빠르게 변화할수록,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인구가 증가할 위험이 존재한다.
4. CBDC의 기대 효과(장점)
물론 CBDC가 기대되는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제도적으로
잘 설계된다면 다음과 같은 장점을 노릴 수 있다.
- 결제 효율성 제고
CBDC는 디지털 지갑 및 모바일 앱을 통해 송금·결제를 즉각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거래 속도와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해외 송금 시 드는 높은
수수료·시간을 절감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 금융 포용성 강화
전통 은행 계좌가 없는 취약계층이나 중소상공인도 모바일 디바이스만
있으면 쉽게 결제·송금을 이용할 수 있어, 전체 금융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 통화정책 효과 증대
자금 흐름이 디지털로 남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경제 상황을 실시간에
가깝게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금리 조정, 유동성 공급 등 통화정책을
좀 더 민감하게 수행할 수 있다. - 불법 자금 차단
범죄 자금, 탈세 등 음성 거래를 추적하기가 쉬워져, 자금 세탁이나 테러
자금 조달 등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5. 정부 통제의 위험성과 무서운 결과
CBDC에서 가장 심각하게 논의되는 부분은, 나라가 시민들의 모든 거래·소비
패턴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정치적 억압 수단: 정치적 반대 세력이나 시민 운동가들에게 자금 사용
제한을 걸어버리거나, 아예 디지털 화폐 계정을 동결해버리는 식으로 통제가
가능해진다. - 사회적 분열 심화: 국가가 마음만 먹으면 개인의 사생활 데이터를 확보해
빅데이터로 분석·활용할 수 있다. 이는 불신을 부추기고 민주주의 가치와
자유가 훼손될 위험을 높인다. - 개인정보 유출 위험: 정보가 중앙 서버나 특정 기관에 집중될수록, 해킹
등을 통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6. 해외 사례와 시사점
- 중국 ‘디지털 위안화(e-CNY)’
강력한 공산당 체제를 배경으로 전국적으로 시범 운영 중이며, 효율성과
편의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 주도 감시·통제를
위한 디지털 수단이라는 비판 또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 스웨덴 ‘e-크로나(e-krona)’
현금 사용 비중이 매우 낮은 환경에서 디지털 화폐 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개인 정보 보호와 기술 안정성, 그리고 통제 권한 문제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두 사례를 보면, CBDC가 가져올 편의성·효율성만큼이나 정부에 의한
통제 강화와 사생활 침해가 큰 논쟁 거리임을 알 수 있다.
7. 결론: “국가는 결코 시민을 통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
CBDC가 금융 혁신과 편의성, 그리고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국가가 시민들의
금융 흐름을 한 손에 쥐게 될 때 벌어질 수 있는 통제와 검열의 위험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라는 시스템이 잘못된 권력 의지와 결합하면, 개인의
자유가 송두리째 위협받을 수 있다.
특히 한국처럼 인터넷과 모바일 사용이 매우 활성화된 사회에서, 만약 정부가
CBDC를 통해 국민을 감시하고 압박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클 수밖에 없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자금 흐름을
장악하는 순간, 국민의 일상생활과 사생활 역시 철저히 노출될 것이며,
이는 민주주의 근간을 크게 흔들 수 있다.
CBDC 도입 논의가 진행되는 지금이야말로, 정부는 결코 시민을 통제하는
도구로 이 제도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편리함과
효율성을 추구하더라도,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은 제도는
철저히 감시하고 비판해야 한다. 결국 CBDC가 가져올 수 있는 이점보다,
그 이면에 도사리는 위험이 훨씬 더 무섭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는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결코 시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방안으로 기술을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한다.